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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4 1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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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은행나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어느 은행나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옛날 고려가 원의 침략에 굴복하여 조공국으로 전락했던 충렬왕때의 일이다. 원의 세조 구라비가 일본원정에 고려의 참전을 요구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징병된 후 동로군에 편입되어 끌려간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지방 서리의 땅을 소작하며 홀로 살아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늦장가를 들어 따뜻한 보금자리를 꾸미고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그도 어김없이 동로군에 착출되어 일본원정에 끌려가게 된다. 이제 갓 보름밖에 안된 신혼부부에겐 청천날벼락이다.

그렇게 신랑은 끌려가고 신부는 매일 밤 정한수를 떠놓고 신랑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1년여의 세월이 흘러 바다를 건너던 일본원정군이 때마침 불어닥친 풍랑으로 대부분 바다에 빠져죽었다는 소식만이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그래도 새각시는 자기 신랑만은 꼭 돌아오겠지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부에게도 불행이 닥친다.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원나라 군대의 잔당이 회군하면서 이 동네에서 쉬어가게 되었다. 원나라 장수의 수청을 위해 강제로 끌려간 신부가 몇일간 유린을 당한다.

썰물처럼 오랑캐들은 빠져나갔지만  동네는 메뚜기 지나간 언덕처럼 황페화된다. 각시는 당장 죽고 싶었지만 신랑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 죽겠다고 칡뿌리와 소나무껍질로 모진 목숨을 이어간다. 철이 바뀌어, 파선되어 대마도에 표류했던 신랑이 천신만고끝에 각시만 그리며 고향에 돌아온다.

부둥켜 안고 뱅뱅이를 돌던 행복도 잠시, 동네 사람들은 오랑캐에 몸 바쳤던 계집이라 수군대고 손가락질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각시의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온다. 사람들이 뭐라하던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리라던 신랑과 각시는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다.

드디어 신랑은 결심한다. 우리 이승의 삶은 정리하고 저승에서나마 천년만년 같이 삽시다. 신랑은 오막살이 집 앞 마당에 깊이 깊이 구덩이를 판다. 물을 길어 채우고 신령님께 하늘에서나마 같이 살게 해달라고 빌고 나서 둘은 서로 끌어 안고 웅덩이에 빠져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한다.

자신들의 수군거림을 후회하면서 동네사람들은 웅덩이를 덮어 장사를 지내면서 암수 은행나무 두구루를 한데 심어 그들의 슬픈 넋을 기리게 되었다. 이 은행나무가 자라면서 한데 어우러져 한몸이 되어 700년을 이어 내려오게 되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창말에 가면 도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7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신기하게도 근처에 다른 은행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은행이 주렁주렁 열린다. 동리 어른들에 의하면 암수 한데 어우러진 자웅동체라고 한다. 그 옛날 신랑각시의 애틋한 전설이 어려 있기라도 한 듯 신기하게도 나무 등걸 좌측에는 남자의 상징물이 달려있고 우측에는 여자의 상징물이 움푹 들어가 있다. 못다한 부부의 행복을 저승에서나마 천년만년 누리기를 빌어본다.



▲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깃든 수령 700년의 은행나무


▲ 저승에서나마 자식복이 철철이 넘쳐난다


▲ 신랑의 물건이 가을 산들바람에 축 늘어져 있다


▲ 각시의 성스런 상징이 수줍은 듯 숨어 있다


▲ 에미 뱃속에서 절명한 오랑캐의 자식인듯 외톨이로 자라난다


▲ 동리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듯 하다


▲ 넉넉한 품 안에 마을 아이들을 불러들여 함께 놀아준다

 (2005/10/04 18:34:39)

사랑이야기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전설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 꾸며보았답니다.^^
 
 (2005/10/04 19:09:14)

기가막힌 전설입니다
저 은행나무도 전설을 갖게 되었군요
풍아님 덕에
참 희한하네요
어찌 저런 ...
이쪽 길을 터 보심도 좋을 듯 허네요...
 
 (2005/10/04 19:41:21)

전설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거 아니겠어요? ㅋㅋ
저곳은 저희 시골 앞동네랍니다.
지금도 친구 부모가 살고 있지요.
이번 기회에 호달이와 구석이도 만나보려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그냥 올라왔답니다.
 
 (2005/10/06 21:26:30)

^^
맞습니다.
좋은 생각이시네요
호달이와 구석이....그런 추억이 깃든 고향
생을 아름답게 엮으시는 분만의 향기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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