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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8 14:34:30)
배짱이
효자동 이발사(영화 이야기)



효자동 이발사
-아버지는 평범한 이발사이셨지만...




<아버지는 평범한 이발사이셨지만...
평범한 일만을 하셨던 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대통령이 사는 동네의 이발사이셨기 때문이죠.>
아이의 눈에 비친 이발사 아버지의 삶을 아이의 성장과 함께 평면적 구조로 끌고 갔지만
인물들의 성격은 상당히 입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슴처럼 순하디 순한 사람들도 빠르게 주판알을 퉁기는 사람으로 변해버리고
배고파도 서로 바로 보며 웃을 수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윤기 짜르르 흐르는 얼굴로 서로를 살벌하게 의심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하지만, 항상 어떤 위대한 종교보다도
어떤 위대한 이념보다도, 강한 것이 핏줄에 대한 본능적 사랑 아닌가?

<효자동 이발사>는 부조리한 정치적 사건들로 가득했던 한국의 1960~70년대를 한 평범하고 소심한 소시민의 눈을 통해 영화를 끌고 간다.
주인공 성한모,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를 살아가는 동안 그는 사사오입 개헌의 수혜자였다가, 3.15부정선거에 가담했다가, 4.19혁명의 한가운데를 뛰어다니고, 5.16군사쿠데타의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거나, 각하의 미국 순방 길에서 연설중인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기도 한다.
즉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 속 비극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신에 그 안에 위치하고 있던 한 인물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우화적으로 그것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장치를 통해 성한모의 일생은 역사의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 역사와 교차된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이와 같이 기존의 시대극의 범주에 포함되는 한국 영화들과는 다른 접근으로 '시대'와 '인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문제 적이며 격동적인 시기였던 1960~70년대의 어이없는 사건들과 무거운 시대의 공기를 한 소시민의 삶을 통해 정면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한국 영화 시대극의 새로운 시도라는 성과와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30여 년 전 폭압의 시대를 견뎌낸 평범한 서민들의 자화상을 진솔하게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는 그 의의가 있겠다

영화는,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에 효자이발관의 이발사 성한모라는 한 사내의 삶을 통해 굴곡이 심한 60-70년대의 이야기를 풍자하고 있다.
<효자동 이발사>의 주인공 성한모는 권력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그렇듯,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법 밖에는 배우지 못한 소심하고 무식한 아버지이다.
그런 그가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고, 갑자기 커다란 권력집단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는 그 틈바구니에서 권력자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최고권력과 일 대 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는 그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아주 평범하고 순진한 소시민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간첩누명을 쓰고 붙잡혀가도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억울한 비를 고스란히 맞고 마는 소심한 아버지,
그가 바로 오늘 날 빛나는 발전과 경제를 자랑할 수 있게 해준 우리들의 자랑스런 아버지들의 샘플이었다  
마침내 아들이 불구가 되어 돌아오자 병을 고치기 위해 아들을 업고 얼음이 언 강을 건너는 그의 모습은 시대의 아픔을 어깨에 지고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 모두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비록 배우지 못하고 힘없는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한 아버지의 모습이 주는 감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진리로 내 눈을 시큰거리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종교처럼 믿던 사람의, -비록 사진속 눈(目)이지만-그 사람의 영정 속 눈알을 파서 아들에게 먹이는 아버지의 마음은 역시 자식에 대한 본능적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어, 가슴이 뻐근해졌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왠지 모를 불쾌감이 자꾸만 고개를 내밀었다.
무얼까......?
영화를 너무 많이 정치적 방향으로 끌고 가서 오히려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의 의중에는 전혀 정치 목적이 없었다고 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정말, ㅎ당의 주장대로 한 정치인을 매도하고 무조건 깔아뭉개려는 포석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의심이 갔다.
우리는 역사를 현재의 거울이라고 한다.
거울이란 말 그대로 지금의 모습을 비추는 것이기에, 이미 지난 영사 속의 인물이지만
비록  -본 영화는 특정 실명인과 무관합니다-라는 자막을 친절하게 붙여주었어도
그 영화 속 인물이 누구누구라는 것은 이 땅의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 만한 사람이다.
물론 영화는 작가의 의식도 있어야 하고 역사관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예 더 노골적으로  더 적나라하게 인물을 풍자하던가....
아님, 한 인간의 순수 히스토리를 더 순수한 시선으로 펼치던가, 했으면....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송강호 문소리라는 당대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을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다.
정말 평범하고 순진한 동네 이발사 같은 모습으로 분한 송강호는 역시 타고난 배우였다.
그리고 적당히 현실적이며, 적당히 타산적인 면도사에서, 이발사 아내, 또 한 아이의 어머니까지를 무난히 연기한 문소리 역시 바람난 가족에서와는 사뭇 다른 또 다른 캐릭터를 연출해내어 그래도 볼 만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송강호와 문소리를 매우 좋아한다.
그들의 연기는  어떤 그릇에 담기든지 항상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유지하는 액체와 같아서 자주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이 번 역할을 맡으면서 그 둘은, 왜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숙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실험적 정신을 산다면, 아직은 덜 여물었지만 그 덜 익은 상태가 출발이기에, 앞으로는 시대물+인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짱이 (2004/06/08 14:52:28)

꽤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요.
사실 영화를 보고 신명나지 않으면.....
그 뒷 이야기도 잘 기록하지 않지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두 배우
송강호, 문소리 때문에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다가
이제사 꺼내 봅니다.
오늘도 평안한 시간되세요,
제가 요즘 왜이리 바쁜지....?
잘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2004/06/08 21:11:22)

^^...
역시 짱이님의 영화 평론은
기가 막힙니다....
내용의 줄거리 파악과 의도된 작가와 연출가의 심리....
케릭터들의 연기심리까정...모두 파악하고 까벌려 주시는 그 솜씨...
어찌그리 절묘하고 머리 끄덕이게 만드는지요...

오늘 또 한편의 영화를
글로서 다 감상이 된듯 합니다....머리속에 넘어가는 영상 필름들....
그렇게 만들어 주시네요

바뻐지나 봅니다...점점더...
실속없이 바빠지는 건 아니겠지요..
언제나 건강하시고...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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